P077 에미넴, 의심할 여지없는



 

 에미넴을 처음 만난 것은 중3 병신같이 찌질했던 그 시절, 교실에서였다. 친구가 듣기 싫다고 던져준 그 음반은 후에 뮤지션 본인의 디스코그라피 상에서도 최고의 음반이자, 최고의 힙합명반으로 꼽아도 손색없는 에미넴의 머셜 매서스 LP, 스눕독 이후 닥터드레가 발굴한 최고의 힙합 스타이자, 역사상 가장 성공한 래퍼 중 하나이자, 백인임에도 나스, 제이지를 가볍게 바를만한 궁극의 랩스킬을 가지고 있는 에미넴. 그 광기넘치고, 장난끼 가득했던 앨범은 주변의 디제이 디오씨를 듣는 친구들에게 이게 무슨 랩이냐라며 비아냥을 들었지만, 그렇게 내가 좋아했던 스탠은 힙합 역사에 길이남는 명곡이 되었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이디는 자신의 궁극적인 음악적 목표는 아무래도 이야기하듯 랩하듯 그게 무언지 확실한 경계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냥 평소에 이야기하듯 랩을 뱉어내는 장기하와 아이들의 싸구려 커피같은 아니, '에미넴의 스탠'같은 랩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에미넴은 래퍼로써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타이트하게 쏘아붙이는 라이밍, 비트에 달라붙는 숨막히는 플로우, 자신의 감정을 200퍼센트 표출해버리는 변화무쌍한 보이스톤과 타고난 발성, 천재적인 리리시스트, 누구도 멈추지 못할 광기와 힙합역사를 통틀어 이전에 없던 넘치는 재치, 불우한 가정에서 흑인들과 자란 가난한 백인, 분노를 폭발하는 광기어린 천재 또는 악동이라는 전무후무한 독보적인 캐릭터. 그의 독특한 캐릭터 덕분에 처음엔 이슈메이커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친놈? 그런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에미넴은 사실로 랩에 미친놈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거다. 한국에 힙합듣는 사람들 나스 제이지 모른다는 무식한 소리는 해도 에미넴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얼마나 그가 성공한 래퍼인지 가늠할 수 있다.

 작년 힙합 음악의 키워드 하나는 컴백이었다. 제이지가 돌아왔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가운데 에미넴의 새앨범이 나왔다. 닥터드레와 자신의 프로듀싱을 앞세워 발매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크랙어바를이나 위 메이쥬 같은 곡들을 앞세워 돌아온 에미넴은 과연 에미넴이다하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녹슬었다기보다는 이전의 날 것같던 그의 랩이 좀 더 자리를 잡은 느낌이랄까, 이전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광기는 죽었지만, 충분히 재치넘치고, 발랄한 특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그의 랩은 작년 한 해 돌아온 많은 뮤지션들중 맥스웰의 새 앨범만큼이나 반가웠던 것이었다. 에미넴은 처음부터 최고였지만 이제와서야 그를 싫어했던 사람들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의 대한 평가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에미넴은 정점에 있다는 것. 그것은 부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아무리 릴웨인의 시대가 왔고 남부의 시대가 왔다해도 '니들이 아무리 까불어도 랩은 '랩'이다'라고 말하듯, 드레이크와 깐예, 릴웨인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랩퍼라는 자들을 면전에서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드레이크의 '포에버'에 실린 에미넴의 살벌한 랩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마지막 네번째 벌쓰에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에미넴의 랩이 듣고 싶어져서 최고라 평가했던 그들의 랩이 너무나 지루하게만 느껴질 정도로)

 

 강태형이 '내가 존나 에이시안인데 에미넴처럼 랩할 수 있으면 미국에서 뜰까?'라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너무나 명확한 것이어서 말로 내뱉을 필요가 없는 그런 것이었다.

 No Dou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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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03:27 2010/02/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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