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아이돌 열풍을 몰아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슈퍼스타K. 박진영의 영재프로젝트, 김진수의 악동클럽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프로젝트성 성격이 강한데다가 전국적인 규모로 펼쳐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방송사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때려대는데다가 참여하고자 하는 전국의 수많은 지망생들 덕분에 일단 이런 프로그램은 한번 제대로 시작하기만 하면 흥행이 보증되있다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K도 만만치 않은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심사위원부터해서 그 지원자 규모까지 아마 그간 있었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큰 규모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새 이 긴 여정은 여성도전자 길학미가 탈락하고 서인국과 조문근, 두 남자의 최종대결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들었다. 주로 트랜디한 알앤비 음악을 선곡하여 왔던 서인국과 북 한자루와 걸진 목소리로 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조문근. 뭐 꾸준히 보지는 않았지만 쩐다는 영상들이 올라올 때마다 한번씩 보기는 했던 나로써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코멘트를 남기고 싶다.

 길학미는 무대에서도 박력있고, 대단히 느낌있는 도전자였지만 사실 그런 좋은 느낌에 비해서 노래 기본기가 많이 딸리는 편이었다. 게다가 YG랩퍼들 특유의 혀짧은 발음으로 이미 대성공한 CL을 연상시키는 등, 뭐 여러모로 스스로 자기의 색깔을 포지셔닝하는 데에 실패하기도 했고-. 남아있는 서인국과 조문근을 살펴봐도 사실 그 밥의 그 나물이다. 서인국같은 경우는 가장 잘 모르겠는 참가자다. 태양의 콘서트까지 다녀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외국 뮤지션을 떠올릴 수 있을만큼의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소화해내는 태양의 최대약점은 가창력이다. 노래하는 센스, 느낌이나 타고난 기름진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태양의 지못미 가창력은 '역시 태양은 앉아서 노래하면 안되겠구나'하는 느낌을 주고만다. 서인국은 그런 태양이 하려하는 트랜디한 노래들을 선곡하면서도 태양보다 훨씬 나은 가창력을 선보이긴 한다. 뭐 하지만 그 뿐이다. 서인국은 가창력으로 승부하기에도 태양처럼 확실하게 퍼포먼스로 승부하기에도 모자란 타입이다. 그 어느 쪽도 그냥 그저그런 수준이기 때문이다. 별 특색도, 큰 감동도 없는 그의 퍼포먼스는 보는 사람을 팔짱을 끼고 보게 만든다. 그나마 제일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조문근인데, 오랜 길거리 공연 경험이 있어서 인지, 무대에서도 자신감있고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 자신의 끼를 200퍼센트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만난 고기랄까. 하지만 사실 조문근이 북을 들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대단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 재미는 있지만 감흥이 없다.

 실정이 이러다보니 이 프로그램은 나에게 '전국을 다 돌고 남은 것이 이 정도인가' 하는 일종의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오디션 과정 중에도 몇 번 지나가면서 보았지만 대한민국에 참 인물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구의 실력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게 수십만대 일을 뽑은 대한민국의 별이라는 것이 좀 서글픈 마음에 혹평을 해보았다. 나는 그러면서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인 판타지아를 떠올렸다. 판타지아의 우승 영상을 보아라. 얼마나 기똥차게 노래하는지 모르겠다. 켈리 클락슨, 루벤 스투다드, 판타지아, 제니퍼 허드슨 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대단한 가수가 되지 않았느냐 말이다. 슈퍼스타K 우승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명예? 영광? 아니다. 잘은 몰라도 내 생각에는 누가 우승자가 되건, 박진영의 영재프로젝트의 구슬기나 악동클럽처럼 잊혀질 것이다. 어찌보면 시스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이 대형 스타를 배출하기는 힘들 것이다. 방송사에서 이들에게 완벽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결국 대형기획사와 계약하지 않으면 실패인데, 과연 SM, YG, JYP같은 대형기획사에서 이들에게 별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게 실질적인 문제다. 대학가요제가 형편없이 무너진 것처럼, 이미 대단한 실력자들은 언더그라운드로 또는 대형 기획사 오디션현장으로 향한지 오래다. 결국 대학가요제는 전국대학생노래자랑이 되고, 슈퍼스타K는 채 여물지 못하고, 검증되지도 않은 그저 꿈만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아무렇게나 싸질러 놓는 난장판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먼 훗날 내가 프로듀서가 되는 날이 와도 지금 내 생각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가수들이 많이 존재해왔음에도 지금 TV에 나오는 가수들은 노래도, 랩도 엉터리기 때문에 시청자들이나 음반업계에서나 너무 낮은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결국 우리나라 가수들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하는 것이 우리 눈에 어설프게만 보여지는 것처럼 미국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보면된다. 어찌보면 2PM 재범은 참으로 바른 말을 한 것이다.(어린 나이에 쓴 지극히 사적인 글이라 정제된 언어(우리가 듣기에 기분좋은 언어)로 적혀있지 않았을 뿐) 판타지아의 노래를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상을 보면서 같이 울었다. 과연 슈퍼스타K 우승자가 결정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앵콜공연을 한다고 해도 이 만큼의 음악적인 감동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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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4 18:58 2009/10/0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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