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힙합 팬들이 90년대 중후반을 양분했던 두 엠씨를 기억한다. 나스 그리고 제이지. 노토리우스 비아지가 죽은 이후 뉴욕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두 엠씨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디스전을 벌였던 숙명의 라이벌이자, 지금은 손을 잡고 협력관계에 들어가신 힙합계의 두 큰 형님. 사실 두 사람의 랩을 비교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두 사람 모두 번뜩이는 메타포와 재치 넘치는 가사, 타이트한 랩 스킬에서 이미 정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비지니스 적으로 더 성공한 것은 제이지라고 할 수 있겠다. 나스는 그 누구도 넘지못할 넘사벽의 랩스킬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앨범을 그다지 많이 팔아치우지는 못했다. 골든에라의 선봉장, 디제이 프리모와 함께한, 나스이즈라이크 등의 명곡들로 가득한 의심할 여지가 없는 힙합바이블, '일매틱'으로 핫하게 데뷔한 이후에 나스가 낸 앨범들은 사실 변변치 않은 판매량으로 실패의 실패를 거듭했다. 분명 그는 변함없이 타이트하게 랩을 잘 했음해도 대중의 요구나 시장의 판도를 읽는 능력은 뒤떨어졌다. 하지만 제이지는 달랐다. 그는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했고, 당시 반짝이는 신예였던 뻐렐 윌리암스의 넵튠즈, 닥터드레 사단의 보석같은 신인, 에미넴을 비롯하여, 잔뼈가 굵은 히트메이커들, 팀보, 스위즈비츠, 져스트 블레이즈 그리고 그가 키우다 시피한(그러나 지금은 탑오브더 월드인) 칸예 웨스트 등 그의 앨범을 거친 프로듀서들은 이후로 계속해서 탄탄대로를 걸어 업계 S급의 프로듀서들이 되었을 정도로, 그는 비트에서부터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썼다. (나스가 너덜너덜한 아무 비트에나 자신의 랩스킬을 불친절하게 풀어놓았던 것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있다.) 리스너들의 귀에 쏙쏙 꽂히는 싸비를 썼고, 아까도 언급했던 블랙스트릿, 훼이스 에반스 등 보컬들과의 작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비욘세와의 열애는 그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가져다 주었으며, 바니 엔 클라이드, 제이 앤 비는 흑인음악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말하는 아주 상투적인 표현이 되었다.

 결국 리스너블 다웃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가 2001년에 내놓은 '블루프린트'는 힙합 역사에 길이남을 또하나의 바이블로 자리하게 된다. 이어 이듬해 발매된 '블루프린트 2'에는 죽은 노토리우스 비아지의 목소리를 담는 등 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뛰어난 마케팅 수완으로 제이지는 음반시장에서 연전연승한다. 그렇게 데프잼의 대표가 되고, 의류업계에 뛰어들어 로커웨어의 대표가 되고, 어느 구단의 구단주가 되고 하면서 그는 래퍼의 이미지보다도 성공한 비지니스맨으로써 더 강렬한 이미지를 팬들의 머릿속에 심어주게 된다.

 그랬던 제이지가 2006년 야심차게 내놓았던 '킹덤컴'은 왕의 귀환과 같은 장엄한 간지를 부렸으나,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한다. 발매 첫주에 팔린 판매량이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제이지의 커리어에서 가장 지지부진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잘나간다는 보컬들(존레젼드, 어셔, 비욘세, 니요, 크리스 마틴)과 함께했던 작업물들도 수준 이상의 퀄리티였고, 새로운 보컬 크리셋 미쉘을 발굴해낸 것도 좋았고, 타이틀 싱글, 쇼미왓츄갇에서 보여준 져스트 블레이즈와의 오랜만의 호흡도 찰떡같이 잘 들어맞았다. 이처럼 앨범 자체의 퀄리티가 썩 떨어지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이미 대세는 뉴욕의 타이트한 힙합에서 아틀란타의 시원시원한 싸우스 힙합으로 넘어간 뒤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된 실패였다. 슬슬 늙은 호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지는 랩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성공했고, 돈도 많이 벌었고, 비욘세와 결혼에도 골인했다. 그의 아내, 비욘세의 닉네임은 자연스럽게 퀸 비(Queen B.)가 되었고 그는 이미 이 세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공연 수입과 저작권료 만으로도 남은 일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2008년 싱글로 발매되었고, 릴웨인과 함께 힙합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티아이의 신보에도 수록되었던 스웨거라잌어스. 이 곡으로 제이지는 다시 한 번 날개를 편다. 일렉트로닉 장르의 주목할 만한 보컬 M.I.A 의 몽환적이면서도 퇴폐적인 보컬로 시작하는 이 곡은 2008년의 랩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칸예웨스트, 티아이, 릴웨인의 피쳐링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결국 이 곡은 대히트하여, BET어워드에서 HOVA는 이 젊은 피들과 함께 그 장엄한 한 무대를 장식한다.

 그리고 제이지는 자신이 원래 있던 랩스타의 자리로 다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앨범이자, 힙합음악사에 길이남을 명반 '블루프린트'의 세번째 버젼이라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자존심을 건 타이틀을 내세워서 말이다. 현재까지 정식공개된 두개의 트랙 D.O.A 와 런디스타운은 음악 팬들사이에서 역시나 제이지의 명성에 걸맞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D.O.A(데쓰 오브 오토튠)이라는 제목은 현재 시장을 휩쓸고 있는 티페인과 릴웨인의 오토튠을 떠올리게 하기도해서 흥미롭다. 리아나와 깐예가 함께한 런 디스 타운 역시 아주 깔끔한 트랙이다. 이번 앨범 역시 깐예와 스위즈비츠, 팀버랜드, 넵튠즈 등 정상급 프로듀서들과 함께했으며 특히 팀보와 함께 작업한 3곡은 정식공개된 것 같지는 않지만 알 수 없는 경로로 들어본 결과 스페셜 퀄리티로 이번 앨범이 킹덤 컴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제이지와 나스의 랩이 구닥다리라는 것은 이제 우리가 2000년대에 라킴은 이제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 만큼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역사의 한부분이고,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보면 내려갈 일만이 남아 있는 제이지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과 경의를 표하며, 이번 세번째 블루프린트가 너무나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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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6 01:12 2009/09/0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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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09/17 23: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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