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베네에 미쳐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5년 갓 대학에 입학했을 어린 시절, 죤 레젼드 1집을 사들고 듣기 직전까지는 에릭 베네에 꽂혀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씨디가 닳도록 들었던 그 앨범은 그의 두번째 앨범, '어데이인더라이프' 였다. 아직은 디엔젤로, 맥스웰 좋은지도 잘 모르겠던 어린 내게 그의 음악은 가장 적당한 절충안이었다. 충분히 깊으면서도 서정적인, 감미로운 그의 음악, 그 목소리에 매료되어 한동안을 그 안에서 헤매였던 것 같다. 디엔젤로, 맥스웰과 함께 90년대 중반 소울음악의 새바람을 일으켰던 이 보컬은 꼭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다가설 수 있을 만큼 이지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의 두번째 앨범은 첫번째 앨범의 후광을 그대로 이어받아 그보다 더욱 깊으면서도 산뜻한 음악을 선보인다. '조지 포지'같은 업템포에서부터 '스팬말라입위듀', '컴에쥬아' 같은 감미로운 발라드 트랙까지 어느 한 곡 버릴 것 없는 이 명반. 특히 60, 70년대 느낌의 강한 그루브를 들려주는 '러빙유어베스트프랜드', 달콤한 네오소울 트랙, '프리티베이비'와 '러브더헐트어웨이', 한동안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짙은 음울함이 돋보이는 블루한 소울 트랙, '웬유띵옵미' 등에서 이 앨범의 진정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와서 에릭 베네를 다시 언급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앨범 때문은 아니다. 요즘 나는 그의 첫 앨범 '트루투마셀프'에 수록된 '아비데어'에 흠뻑 빠져있다. 아름다운 멜로디에 아름다운 가사. 에릭 베네의 음악은 감미롭고 섬세하지만 어딘가 먹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비오는 날의 호수처럼 흐릿한 데다 깊이까지 깊어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도 힘들다. 물안개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낭만적이고 설레는 감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바람결에 일어나는 작은 물결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때처럼 어딘지 모를 센티멘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날에는 그의 음악에 더욱더 흠뻑 취하고만 싶어진다. 그 짙은 사이에서 작은 희망을 찾고 싶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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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8 14:49 2009/04/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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