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31/Tokyo/Shinjuku

12월 31일, 새벽 3시.
알람소리에 놀라 부랴부랴 일어났다.
2005년은 내게는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집, 새로운 생활패턴
그 낮설음에서 익숙해져갈때쯤 2005년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미련하고 어설프기만 했던 짝사랑에 실패하고,
나와 음악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들이 허물어져갈때쯤
나는 새로움에 목마른채 도쿄로 떠나게 되었다.
새벽 4시에 친구들에게 떠난다고 알리고 리무진에 올라탔다.
가는 동안 눈좀 붙일까했는데 오수정에게 전화가 왔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서울을 떠날 생각에 오랜 시간 통화한거 같다.
서울에 있는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싱숭생숭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다 떨쳐버리고 돌아오고 싶었다.

해외여행이란 것에 낮선 나였지만 용감하게 홀로 떠난 도쿄여행.
그 시간이 내게 어떠한 기쁨을 반드시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영문모를 기대감을 가득안은 채, 아침 일찍 비행기에 올랐다.

도쿄에 도착했다.
완벽히 혼자라는 느낌과 기대감이 뒤엉켜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도쿄의 모습은 나에겐 낮익음이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사설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차창 밖의 겨울풍경으로부터 도쿄의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시내에서 JR로 갈아탔다.
도쿄의 지하철 노선도는 정말 복잡하다.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손가락으로 차근차근 가다듬어
겨우 유스호스텔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유스호스텔은 니시가와구치라는 아주 작은 동네에 있었다.
골목골목 누벼가며 겨우찾은 유스호스텔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작은 건물이었다.
유스호스텔 주인 내외분들은 처음보는 한국인을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나에게 '술먹어도 되는 나이냐'시며 따뜻한 사케를 건내주셨다.
안되는 영어로 이것저것 면담한 뒤에야 나는 침대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방에는 3개의 3층 침대로 꽉 차있었다.
나는 그 중 왼쪽 가장 위층을 배정받았다.
짐을 놓고, 지갑만 챙겨서 일단 나왔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려 했다.

일본 지하철 표
일본 지하철 표 발급받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발급기계에 있는 모니터만 보고 원하는 가격의 표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
일본에서는 동전이 아주 많이 쓰이기 때문에 지갑이 늘 두꺼웠다.
때문에 지하철 표를 살때 동전을 최대한 지갑에서 줄일 궁리를 하는게 중요했다.

도쿄의 중심, 신주쿠역에서 내렸다.
신주쿠역에서 내려서 도쿄도청으로 가는 길은 매우 세련된 모습이었다.
종로와 같이 고층빌딩들로 즐비했지만, 답답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
도쿄의 신주쿠였다.
연말이라 지하철이 24시간 운행한다는 유스호스텔 주인집 딸의 말에
나는 오늘밤 새해를 신주쿠에서 맞이하기로 한다.

전자상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쥬오도리상가.
용산같은 곳인데 네온사인이 너무 자극적이라 눈아프다.
연말이라 밤늦게까지 있어보려했건만
연말이라그런지 다들 일찍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지하철은 왜 24시간하는건지..)
하나둘씩 내려가는 셔터들 사이에서
잠시 앉아 도쿄 겨울바람에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신주쿠 서쪽 출구의 가장 큰 백화점인 오다큐백화점.
이곳에서 한국사람 둘과 마주쳤다.
신 오오쿠보에 사는 유학생들이었다.
내일 1월 1일에 떡국이나 같이 먹자는 말에 흔쾌히 연락처를 받았다.

신주쿠 동쪽출구와 서쪽출구를 잇는 지하도에서 길거리 연주를 하고있었다.
(나중에 시부야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알게된 거지만 자작곡이 아니었다)
추운 날씨에도 두 사람은 열심히 노래하고 있었다.
손이 얼었을 텐데도 관객 한 사람(아니 나까지 두사람)두고 열창하는 모습에
넋이 나간 채 바라보고있었다.
신주쿠의 음반가게를 잠시 둘러봤는데 록음악 일색이었다.
신주쿠 맥도날드 창가에 앉아서 창밖을 봐도
스키니진에 기타를 맨 청년들만 지나다녔다.
추운 와중에 계속 거리를 걷는데 느닷없이
새해를 타지에서 혼자 맞이한다는 외로움이 엄습해왔다.
밤이 꽤 깊었지만 전화 부스에 들어가 한국에 전화를 걸었었다.
(단지 혼자 몇시간동안 있었을 뿐인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결국 지하철을 놓치고말았다.
일본 지하철이 연말에는 24시간 운행한다는 사실이 정말 고마웠다.
벌써부터 일본에 너무 익숙해진건가 하는 생각에 머슥하기도 하고.
나의 2006년이 다가왔다.
2005/12/31/도쿄 맑음/fin.
Youth, The Glory/2006,Tokyo 2006/12/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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