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036 거인 김광석
우연히 이 영상을 보게 되면서 오늘은 김광석에 대해 추억해본다. 김광석, 수려하지 않은 외모에 편안한 옷차림, 그렇지만 기타하나를 들쳐맨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거대하게 느껴진다. 그저 한 시대를 살다간 가수일 뿐인데, 그가 유치한 농담을 할 때조차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어둠이 짙은 저녁 하늘, 별빛 내 창에 부숴지고
외로운 밤을 홀로 지샌 내 모습 하얀별 나를 비춰주네
불빛 하나 둘 꺼져갈 때 조용히 들리는 소리
가만히 나에게서 멀어져가며 눈물 그 위로 떨어지네
-혼자남은 밤 中에서
김광석의 목소리는 특별하다. 아무런 기교없이도 충분히 구슬픈 그의 목소리. '너무나 슬픈 목소리의 가객'라는 별명처럼 김광석은 그의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눈물을 뽑아내는 가수다. 하지만 김광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의 노래다. 이 시대의 진정한 시인이라는 또다른 별명처럼 김광석의 노랫말은 아름답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슴저리도록 공감이 가는 노랫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노래를 찾아 들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등병의 편지'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을 울렸고,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을 듣고 눈물 흘렸다. '서른 즈음에', '일어나', '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사랑했지만' 과 같은 주옥같은 명곡들은 모두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다.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中에서
콘서트 중에 김광석은 인생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
누구나 스스로의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내면서 지냅니다.
10대 때에는 거울처럼 지내지요. 자꾸 비추어보고 흉내내고, 선생님, 부모님 또 친구들
그러다 20대 때쯤 되면 뭔가 스스로를 살기위해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그러고 지냅니다.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반적이든 뭐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기대도 있고 그렇게들 지내지요.
자신감은 있어서 일은 막 벌리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다치기도 하고,
아픔도 간직하게 되고 그럽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 버리던가 스스로 깨어지던가.
그러면서 그 아픔같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
더 아프기 싫어서 조금씩 비켜나가죠. 피해가고
일정부분 포기하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그러면서 지내다보면 나이에 ㄴ자 붙습니다.
서른이지요.
뭐 그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도 뭐 그렇게 재미있거나 신기하거나 그렇지도 못합니다.
뭐 그런 답답함이나 재미없음이나 그런 것들이 그 즈음에
그 나이 즈음에 저 뿐만 아니라 또 후배 뿐만이 아니라
다들 친구들도 그렇고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 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서른 즈음에 中에서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말을 걸어오는 가수는 흔치 않다. 김광석은 노래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다. 구슬프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잠깐잠깐 쉬는 사이사이로 흘러나오는 기타 연주 속에는 내가 있다. 아직은 짧기만한 20대의 추억이 그 안에 스며든다. 나이가 들수록 김광석의 노래가 좋아진다고 하는 이유는 점점 그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광석은 어떻게 보면 힘들때 내게 늘 그럴듯한 위로를 건내주는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가 내게는 마치 거인처럼 크게 느껴진다.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 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살아 있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 일어나 中에서
96년 김광석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사인은 자살로 판명됬고,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던 시기였던 데다가 아무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죽음에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후에 김광석을 추모하는 앨범과 콘서트가 열리는 등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김광석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많은 곡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래했다. 그것이 그의 팬들로 하여금 김광석을 더욱 슬프게 추억하게 한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수 있었던 그날들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수 없는 그대를
- 그날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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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ster, The Life/Listening Note 2008/10/1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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